아이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황소 아저씨’는 엄마, 아빠가 없는 아기새앙쥐들과 황소 아저씨가 서로 기대로 보살펴 주면서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황소 아저씨와 아기새앙쥐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지요.
바람이 씽씽 부는 추운 밤이었어요. 황소 아저씨가 누워 있는 외양간 안까지 찬 바람이 불어와, 등어리옷을 입었는데도 선뜩선뜩 추웠지요. 하지만 황소 아저씨는 역시 덩치가 큰 만큼 꾹 참고 주둥이를 보릿짚에 푹 파묻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한밤중, 둥근 보름달이 뜨고 황소 아저씨의 숨소리가 쌕쌕 들릴 정도로 고요한 외양간이었어요.
그때, 외양간 구석 쪽에서 아기 새앙쥐 한 마리가 구멍에서 얼굴을 쏙 내밀었어요. 새앙쥐는 눈을 말똥거리며 잠시 망설이더니 쪼르르 달려갔어요. 황소 아저씨의 엉덩이 밑에서 잠깐 또 망설이다가 쪼르르 엉덩이 위로 기어올라갔습니다. 등을 타고 재빨리 뛰어가는데, 갑자기 황소 아저씨의 꼬리가 아기새앙쥐를 세차게 후려쳤어요. 아기새앙쥐는 저만치 땅바닥에 철썩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외양간 바닥은 온통 푹신한 보릿짚이 깔려 있어서 정신이 잠깐 어릿할 뿐이었지요.
아기새앙쥐는 잠시 가뿐 숨을 쉬다가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달빛이 하얗게 비추는 곳을 쳐다보니 커다란 눈 두 개가 뚜릿뚜릿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기새앙쥐는 얼떨결에 “엄마, 무서워요.”라고 말했지요. 황소 아저씨는 아기새앙쥐가 어디를 가는 중인지 물었어요. “동생들 먹을 것 찾아 나왔어요. 우리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새앙쥐는 무서움을 참고 간신히 대답했어요. 건넛집 할머니가 구유 속에 음식 찌꺼기가 있다고 알려 준 것이지요.
황소 아저씨의 밥그릇인 구유 속엔 밥 찌꺼기랑, 콩 조각이랑, 새앙쥐가 먹을 건 얼마든지 남아 있었어요. “그럼, 조용히 갈 것이지. 일껏 잠이 들었는데 간지럽게시리… 아무리 바빠도 남의 등때기로 뛰어가는 버릇없는 놈이 어디 있냐?” 황소가 말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지름길로 빨리 가려다가 그만… 앞으로 아저씨 궁둥이 밑으로 비빙 둘러 갈 테니까 용서해 주세요.” 새앙쥐는 오돌오돌 떨면서 말했어요. “아니다. 동생들이 몹시 기다릴 테니 내 등을 타고 넘어 가거라. 사실은 네가 타넘고 가면 매우 기분이 좋을거야.” 황소 아저씨가 말했어요. “아저씨, 정말이에요? 그럼 얼른 다녀갈게요.” 새앙쥐는 말을 마치고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넘고 구유 속으로 쪼르르 기어들었어요. 구유 속에는 과연 맛있는 찌꺼기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새앙쥐는 콩 조각을 가지고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넘고 집으로 갔지요. 황소 아저씨는 고것가지고는 모자랄터이니 또 오라고 했어요.
새앙쥐네 조그만 방에는 동생들이 넷이서 쪼그리고 모여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것 넷이서 나눠 먹어라. 내가 또 가서 금방 가져올게.” 아기 새앙쥐는 콩 조각을 동생들에게 주고는 얼른 외양간으로 갔어요. 왔다 갔다를 하느라 황소 아저씨 등을 열네 번이나 타고 넘었습니다. 황소 아저씨는 내일 맛나는 것을 많이 남겨 놓을 테니 다시 오라고 정답게 말했습니다.
이틀 뒤, 이젠 동생 새앙쥐들도 다 자라 볼볼 기어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새앙쥐야, 네 동생들이 보고 싶으니 내일부터 함께 모두 와서 구유 안에서 맛나는 것 실컷 먹어라.” 황소 아저씨의 말에 새앙쥐 남매들은 주녀 밑 고드름을 쬐끔만 녹여 눈곱도 닦고, 콧구멍도 씻고, 수염도. 씻었어요. 모두 씻고 난 다음에 새앙쥐 남매들은 황소 아저씨가 있는 외양간으로 갔어요.
“황소 아저씨!” 아기 새앙쥐가 불렀어요. 황소 아저씨가 새앙쥐 남매들을 보고, “얼래, 모두 똑같구나!” 잘 가려 내지 못할 만큼 고만고만했기 때문이에요. “얼른 구유에 가서 맛난 것 먹어라.” 그러자 언니새앙쥐가 황소 아저씨 엉덩이를 기어오르자 뒤따라 동생들이 쪼르르 따라 올라갔다가 목덜미를 미끄러지듯 내려가, 다시 구유까지 위로 기어 올라갔지요. 구유 안에는 맛있는 콩 조각이 듬뿍 있었어요. 구유는 황소 아저씨의 밥그릇이니 거기다가 똥을 누거나 오줌을 눠서는 절대 안 되는 거지요. 새앙쥐들은 배가 빵그랗도록 많이 먹었답니다.
황소아저씨는 배가 부른 새앙쥐들에게 이제는 자기와 함께 놀자고 했어요.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넘고 술래잡기를 하도록 허락해 주고, 밤에 추우면 자기의 겨드랑이 사이에서 자도록 좋다고 했습니다. 아기새앙쥐들은 너무 고마와했지요. 이제부터 황소 아저씨와 아기 새앙쥐들은 한 식구가 되었어요.
덩치가 큰 황소 아저씨의 겨드랑이는 포근하고 따뜻해서 엄마랑 아빠가 없어 쓸쓸하던 것이 깨끗이 가시어졌습니다. 아기새앙쥐들은 황소로부터 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구유의 먹이를 먹고, 밤에는 황소 아저씨의 따뜻한 겨드랑이 속에 잠자면서 봄을 기다렸어요.
봄이 오면 황소 아저씨는 들판으로 나가 일을 하느라 바쁘다고 했어요. 쟁기를 끌어야 하지요. 그런데 겨우내 덩그런 외양간에서 황소 아저씨는 혼자 있습니다. 아기새앙쥐들은 황소 아저씨가 무척 쓸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황소 아저씨는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과 모두 따로 헤어졌던 것이지요. 아기새앙쥐들은 황소 아저씨가 불쌍해졌습니다. 밤마다 새앙쥐들을 따뜻하게 재워 주고, 먹을 것을 나눠 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기새앙쥐들은 황소 아저씨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는 눈을 꼭 감았어요. 황소 아저씨의 가슴에서 도근도근 맥이 뛰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습니다.
하부르타식 질문의 예: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고 넘어갈 때 새앙쥐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황소 아저씨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아기새앙쥐는 왜 황소 아저씨가 무섭다고 했을까요?
황소 아저씨는 왜 동생 새앙쥐들이 보고 싶다고 했을까요?
황소 아저씨와 아기새앙쥐들은 왜 한 가족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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