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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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 공주

by &#$@*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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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저마다 나름대로 아름답습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아름다움’이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 자신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찾아 자존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 주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 주는 그림책이 바로 ‘흑설 공주’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에서 나오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창가에 서 있는 왕비를 보세요. 눈처럼 하얀 얼굴에, 앵두처럼 붉은 입술. 그렇습니다. 이 왕비가 바로 예전의 백설 공주이지요. 왕비는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망토를 짜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눈이 내리지 않겠어요? 깜짝 놀란 왕비는 얼른 손을 내밀어 눈을 받아 보았습니다. “아, 이 검은 눈처럼 아름다운 아기를 낳았으면!”

 

진짜로 왕비는 온몸이 검은 색인 공주를 낳았습니다. 굴뚝에서 막 나온 아기 같았어요. 왕비는 공주를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내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어여쁜 흑설 공주야!”하지만 슬프게도 왕비는 그 길로 촛불이 꺼지듯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어머니가 없어도 공주는 무럭무럭 잘 자랐지만, 사람들은 공주를 볼 때마다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어요. “임금님도 왕비님도 고귀한 하얀 살갗을 지니셨는데, 어째서 공주님은 저렇게 검은 거지?’

 

흑설 공주는 늘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머니가 떠 준 망토만 입고 다녔어요.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만 찾아다녔고요. 공주는 고양이가 다니는 덤불숲 귀퉁이에 앉아 책 읽는 걸 가장 좋아했답니다. 그럴 때면 숲 속 친구들이 모여들어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침내 왕은 새 왕비를 맞아들였습니다. 백설 공주가 살아 돌아온 듯 아름다운 왕비였지요. 새 왕비는 흑설 공주를 늘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쩌면 마음까지 저리 고우실까?” 사람들은 새 왕비를 칭찬했지만 공주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이 무척 괴로웠어요. 

 

하루는 공주가 다락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왕비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면서 소리쳤어요. “아니, 무도회에 갈 준비는 안 하고 뭘 하고 있는 거니?” 그런데 벽에 걸린 거울을 보자 왕비의 눈이 갑자기 빛났어요. “이건 그 유명한 진실의 거울이잖아?” 왕비는 당장 거울 앞으로 다가가 물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흑설 공주님이에요.” 거울의 말에 왕비는 불길처럼 화를 냈습니다. “뭐라고? 이런 엉터리 거울 같으니!” 왕비는 의자를 입어 들어 거울을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거울은 멀쩡했답니다. 마법의 거울이니까요.

 

화가 풀리지 않은 왕비는 흑설 공주에게 소리쳤습니다. “흥, 이 방이 그렇게 좋으면 아예 여기서 살려무나!” 그날부터 공주는 다락방에 같혀서 살게 되었습니다. 다락방에는 오래된 책들이 가득 쌓여 있었어요. 게다가 생쥐도 놀러 오고, 새들도 날아들어 조금도 심심하지 않았답니다. 그런 공주를 보고 사람들은 마녀라고 또 수군거렸어요. 그러자 왕비가 왕에게 말했어요. “아무래도 공주를 멀리 다른 곳으로 보내야겠어요.”

 

왕비는 잔인하기로 소문난 사냥꾼을 불렀습니다. “공주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고 오너라!” 샤낭꾼은 공주를 숲 속으로 끌고 가 칼을 높이 쳐들었어요. “제발 목숨만 살려 주세요! 꼭꼭 숨어서 살게요.” 공주가 울면서 빌자 잔인한 사냥꾼도 마음이 약해졌답니다. 공주는 망토를 벗어 사냥꾼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이걸 가져가면 왕비님도 믿을 거예요.” 공주는 혼자 숲길을 헤매다가 일곱 난쟁이 집을 발견했어요. 물론 백설 공주의 일곱 난쟁이는 아니고, 그들이 각각 낳은 일곱 명의 아들들 집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난쟁이들은 잠든 공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흑설 공주님이잖아?” “그래, 백설 공주님의 따님!” “밤처럼 검고 아름다운 공주님이네!””낮처럼 희고 아름다웠던 백설 공주님처럼!” 그날 이후로 흑설 공주는 일곱 난쟁이 집에서 함께 함께 지냈습니다. 아침마다 집을 나서며 난쟁이들은 말했어요. “공주님,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 주면 안 돼요. 새 왕비가 독 사과를 들고 올지도 몰라요.”

 

그러던 어느 날, “헌책 사려!” 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책을 가득 진 할아버지가 보였어요. 마음이 놓인 공주는 얼른 문을 열었지요. 책 장수 할아버지는 책 한 권을 펼쳐 보이며 말했어요. “이런 산속에선 구경도 할 수 없는 재미있는 책이란다.” 공주는 당장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 가며 책장을 넘겼지요. 그런데 갑자기 공주가 비틀거리더니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으히히히히히!” 소름 돋는 웃음소리가 숲을 울렸습니다. 책 장수 할아버지는 변장한 왕비였고, 책에는 독이 발라져 있던 것이지요.

 

집에 돌아온 난쟁이들은 숨이 멎은 공주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여전히 검은 눈처럼 빛나 깊이 잠든 것처럼 보였지요. 난쟁이들은 백성 공주를 담았던 투명한 관에 흑설 공주를 눕혔습니다. 펼쳐진 책도 함께 넣고 숲 속으로 관을 메고 갔어요. 온갖 산짐승들도 함께 따라오며 슬피 울었답니다.

 

며칠 뒤 궁궐의 정원사가 숲 속에서 흑설 공주의 관을 발견했습니다. 공주처럼 책을 사랑하고 많이 읽는 정원사였어요. 정원사는 동화책에서 읽은 대로 얼른 공주에게 입을 맞췄어요. 하지만 공주는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정원사는 공주가 읽다 만 책을 들여다 보았지요. 그러자 참았던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 와나 공주의 입속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공주가 “아!”하고 한숨을 쉬며 눈을 뜨지 않겠어요. 정원사의 눈물로 공중의 몸속에 있던 독이 다 씻긴 거였습니다. 공주는 정원사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주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지요. 공주가 미소를 짓자 숲 속에 검은 태양이 뜬 것처럼 분부셨답니다. 

 

흑설 공주가 궁으로 돌아오자 왕궁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왕비가 저지른 사악한 짓도 다 드러났지요. 아름답던 왕비의 모습은 이제 징그러운 껍질처럼 여겨졌어요. 왕비는 큰 벌을 받고, 컴컴한 동굴 속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정원사와 공주의 결혼 축제는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열렸어요. 검게 빛나는 공주가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숯검정을 칠했답니다. 그러다 모두 깨닫게 되었어요. “백설 공주도 아름답고, 흑설 공주도 아름답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아름다운 것 같아!”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진실의 거울은 우물쭈물 대답했어요. “모르겠어요. 저마다 나름대로 아름다우니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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