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지켜요’는 공동체와 규칙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 볼 수 논픽션 글입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게 됩니다. 가정이나 학교, 국가도 공동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공동체 안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서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규칙을 정하게 되지요. ‘규칙은 항상 옳기만 할까? 규칙만 있으면 모든 다툼이 사라지게 되는 걸까? 공동체를 잘 꾸려가기 위해 규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까?’ 아이와 함께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서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답니다. 그럼 싸움을 미리 막거나 벌어진 싸움을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싸움이 왜 벌어졌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싸우는 이유는 너무 많지요. 의견이 달라서,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서, 남에게 불편을 줘서, 얼토당토않은 고집을 피워서, 순서를 안 지켜서, 괜히 화가 나서, 누가 누구를 괴롭혀서, 돈을 갚지 않아서….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함께 어울려 지내야 합니다. 그래서 가정, 학교 등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기로 약속을 했어요. 그런데 이 약속을 깜박 잊고 자기 입장만 고집하면 싸움이 일어납니다.
규칙은 무엇일까요?
약속은 개인과 개인이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개인과 개인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가 한 약속을 규칙이라고 합니다.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이면 누구나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국민들은 나라의 법을 지켜야하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국제법을 따라야 합니다. 규칙을 어기는 구성원이 많아지면 공동체는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귀찮아서, 바빠서, 게을러서, 장난 삼아, 아무도 모를 줄 알고 규칙을 어깁니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면, 결국 “왜 나만 지켜야 하지?”하고 투덜거리며 아무도 규칙을 지키지 않게 됩니다.
앗! 늑대가 나타났어요.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사이좋게 살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어요. 혼자 산다면 규칙도 필요 없겠죠. 그러니까 자꾸 거짓말을 하고 규칙을 어기는 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더라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겠다는 뜻이에요. 제멋대로 들판을 헤매며 혼자 사는 늑대처럼 되고 싶다는 뜻이죠. 어쩌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이런 늑대가 한 마리씩 숨어 있는지도 몰라요.
늑대가 사라졌어요
사람들 마음속에 숨어 있는 사나운 늑대들이 한꺼번에 고개를 내밀면 어떻게 될까요? 소중한 공동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 거예요. 그래서 난폭한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함께 규칙을 정했어요. 그러니 공동체를 이루어 살려면 우리 마음속의 늑대를 조금씩 몰아내고,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해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우리 마음속 늑대들은 조용히 꼬리를 내리고 사라져요. 그러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멋진 공동체가 다시 만들어지죠.
규칙을 정해요
규칙은 공동체이 구성원이 함께 의논해서 결정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니까요. 공동체가 커서 수백만, 수천만 명 정도가 되면, 한자리에 모여서 의논을 할 수 없어요. 그런 경우에는 대표를 뽑아서 규칙을 정합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대표로 뽑으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나라의 법을 만들어요. 이렇게 법을 만드는 일을 ‘입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법이 불공평하면 어떡하지요?
당당하게 바꿔달라고 말해요
대표가 자기 이익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규칙과 법을 만들면 공동체로부터 믿음을 잃게 됩니다. 대표가 되었다고 자기 마음대로 규칙을 정해선 안 돼요. 대표는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 모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구성원들은 대표가 어떤 법과 규칙을 정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공정한 법과 규칙을 만들지 않는 대표가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해야 해요.
이런 규칙 저런 규칙, 참 많아요
공동체의 종류에 따라 규칙도 달라집니다. 가정에는 가정의 규칙이 있고, 학교에는 학교의 규칙이 있고, 나라에는 나라의 규칙이 있습니다. 또 가정의 규칙도 집집마다 다르고, 나라의 규칙도 나라마다 달라요.
이런 규칙은 서로 다를 뿐, 어느 게 더 좋고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규칙은 어떨까요?
‘겁 나라’의 교통 법규는 걸어 다니는 보행자보다 차를 모는 운전자 위주로 되어 있어요. 교통 사고가 나면 모두 걸어 다닌 사람의 책임이에요. 그래서 운전자들은 제멋대로 차를 몰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 차를 피해야 해요.
‘겁 나라’의 규칙은 다른 나라의 규칙과 다를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규칙 입니다. 대부분 걸어 다니는 사람들 보다 일부 운전자만을 위한 규칙이기 때문이에요. 그럼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규칙은 무조건 나쁠까요?
공동체 구성원 중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그 수가 적어요. 하지만 비록 그 수가 적다 해도 아픈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 등 힘없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규칙은 좋은 규칙이예요.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하려면 화장실을 더 많이 만들어야지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화장실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컵 나라’의 멋대로 건설부 장관은 초록색을 너무 좋아해서 모든 건물을 초록색으로 칠하는 법을 발표 했어요. 또 맛대로 복지부 장관은 자신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며 어느 누구도 복숭아를 먹거나 재배하지 못하도록 법을 정했어요.
규칙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즐겁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 노란 건물을 초록건물로 바꾸라고 한다거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없는데도 복숭아를 못 먹게 한다면 사람들을 불행하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요. 사람들의 행복과 자유를 지켜 주지 않는 규칙은 올바른 규칙이 될 수 없습니다.
‘해가 진 이후에는 남자만 외출 할 수 있다.’ ‘이 회사에는 키가 170cm 이상이고 얼굴이 계란형인 여성만 취직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 똑똑한 학생들에게는 집을 한 채식 준다.’ ‘재산이 1 억원 이하인 사람은 풍요로운 도시에 살 수 없다.’
이런 규칙을 올바른 규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성별, 키, 외모 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또 지식이나 재산처럼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도 적게 가진 사람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돼요.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부자든 가난하든 지식이 많든 적든 힘이 세든 약하든 차별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평등을 해치는 규칙은 올바른 규칙이 아니에요.
새 규칙이 필요해요
택이는 용이와 홀짝을 하다 계속 세 판을 이기자 이제 그만하겠다고 했어요. 평소 홀짝을 할 때면 항상 열 판씩 했어요. 이제까지 쭉 그래 왔는데 자기가 세 판 연속 이겨 놓고는 그만 하자고 하니까 용이은 화가났어요화가 났어요. “갑자기 이런 법이 어디 있어?”
평소 해 오던 방식을 갑자기 바꾸면 누구나 당황할 거예요. 규칙이나 법으로 딱 정해놓지 않아도 오랫동안 그렇게 해 오다 보면 규칙이나 법처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걸 ‘관습’이라고 합니다. 관습 중에는 지켜야 할 게 있고 고쳐야 할 게 있어요. 아랫 사람이 웃어른을 공경하는 관습은 지켜야 하겠지만, 어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관습은 고치는 게 좋겠죠. 관습과 마찬가지로 규칙이나 법도 공동체 구성원들이 원하면 바꾸거나 새로 만들 수 있어요.
공동체 안에는 서로 다른 입장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모든 규칙이 구성원의 마음에 들 수는 없어요. 하지만 서로 자기 입장이나 이익만 내세우지 않고 모두를 위해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지를 고민한다면 함께 규칙을 만들거나 바꿀 수 있답니다.
규칙을 어기면 모두 힘들어져요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놀이를 할 때 반칙을 하면 재미가 없어지고 친구들이 다칠 수 있어요.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 공원이나 거리가 더러워지고, 차들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마구 달리면 ‘겁 나라’처럼 교통사고로 다치는 사람이 늘어나요.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참 어둡고 무서운 세상이 되겠죠.그래서 규칙이나 법을 어기면 벌을 주기도 하는데 이것을‘사법’이라고합니다. 사법기관에서는 판사가 재판을 해서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에게 벌을 줍니다. 사법에는 ‘나 혼자만’ 이라든가 ‘이번 한 번만’ 이라는 예외가 없어요.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 해야 합니다.
말을 할 때마다 규칙이 튀어 나와요
옛날에는 길을 다닐 때 지켜야 할 규칙이 별로 없었어요. 말을 탄 사람이 “물렀거라!” 하면 어떤 사람이 옆으로 비키면 그만이었어요. 하지만 자동차, 버스, 전철 등이 생기고 교통 신호가 복잡해지면서 지켜야 할 규칙도 많아졌어요. 컴퓨터를 가진 사람과 인터넷 사용자가 많아져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한 법도 새롭게 생겨났어요.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규칙이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하지만 규칙을 많이 만들어 모든 걸 규칙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잘못될 수도 있어요. 규칙이 많아지면 생활이 답답해지고 스스로하려는 의욕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알아서 잘할 수 있는데도 누가 “규칙이니까 지켜!” 하면 갑자기 하기 싫어질 때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불규칙한 규칙을 없애거나 새로 생긴 규칙과 법을 널리 알려서 모든 사람이 규칙을 잘 지키도록 관리하는 일을 ‘행정’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규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칙을 지키겠다는 자유로운 의지보다 훌륭할 수는 없습니다. 규칙은 억지로 지키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지키는 겁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모여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이, 규칙을 지키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 자유롭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요. 그러니 조금 힘들더라도 늘 함께 지켜야 합니다. 어디선가 늑대 한 마리가 슬그머니 나타나더라도 우리가 가꾼 예븐 꽃밭을 망쳐 버릴 수 없도록….
댓글